형형색색의 장난감으로 가득 찬 회의실에서는 관계자들이 게임과 벌칙을 통해 주요 안건을 하하호호 결정한다.
업무 확인차 담당 직원을 찾는 대표이사에게 아직 출근 전인 직원의 부재를 알리는 부하 직원의 표정에도
긴장감이라고는 엿보이지 않는다. 늦은 오후에는 전 직원이 사무실 로비에 모여 앉아
그 달의 우수 사원으로 선정된 동료를 향해 박수와 축하를 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정리된다.
정말 아름답다.
최근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방송된 '레고코리아'의 근무 현장이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 '자율 출퇴근제', '공정한 평가와 기회'로 대변되는 외국계 기업은 취준생에게는 꿈의 직장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내가 소속되어있는 대학에서 진행한 '외국계 기업 입사'에 대한 설문에서도 자그마치 10명 중 9명의 재학생이 '외국계 기업에 입사를 희망한다'라고 응답했을 정도로 외국계기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쓴 저자는 아마존에서 자그마치 12년을 근무한 한국인 엔지니어다.
'12년'이라는 기간이 한국에서는 여느 평범한 과장급 연차에 불과하지만 애플, 페이스북 등과 같은 유수의 글로벌 IT기업의 평균 근속연수가 1.5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는 '기록'이 된다.(역시.. 한국인의 근성..)
또한, 국내에서 연속 11년째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 1순위로 뽑힌 구글(Google)의 경우 직원의 50% 가까이가 구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한 장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의 성원이 된다는 것은 한국 기업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가치들을 단순히 풀패키지로 누린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한국 기업에서는 보장하는 다른 가치들 - 선후배 문화, 고용 안정, 승진제도 등- 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상하반기 '공채'를 통해 대규모 인재 채용을 하는 한국과 달리 선진국 대부분에서는 일찌감치 '수시 채용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물론 한국도 최근 공채 채용 비중을 줄이고 수시채용을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필요에 따라 사람을 뽑다 보니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철저하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성격을 지닌다.상호 간 'benefit'만 명확하다면 앞서 언급한 매력적인 혜택들을 덤으로 누리며 장기적인 파트너십 유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입사 후 이제 갓 3개월이 지나 스스로는 '적응기'라고 위안 삼고 있는 순간에조차 'I am sorry to inform you that as of today you will be no longer employed with us'로 시작하는 정중한 '해고 통지 이메일'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그만큼 외국계 기업에서 개인은 담당 직무에 대해 완벽한 '1인 기업가'로 빙의해야만 한다.
입사 후 책상을 배정받고 멀뚱히 모니터만 보며 기다린다고 해서 누군가 친절하게 다가와 할 일을 정리해주고, 방법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를 책임지지 않는'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공감하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한들 보여줄 무대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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